북한에 대한 중-러의 경쟁적 접근, 그리고 미국
지난 10월 중순, 대학 동기와 점심을 같이 하던 중 자연히 그 당시에 시중의 관심의 초점이었던 이른바 북한 3인방의 갑작스런 인천 방문에 화제가 돌려졌다. 그들이 무엇 때문에 왔겠는가 하는 것이 그 중심에 있었다: 또 경제적 구걸이냐 아니면 그와는 반대로 어떤 자신감의 표현이냐.
중-소 관계와 북한
1956년 당시 소련 지배자였던 흐루시쵸프의 평화공존론의 제시 이래 벌어지기 시작한 중—소의 갈등-분쟁은 북한으로서는 실리를 추구하는 외교 로선을 통해 김 일성이 그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는 기회였다. 역사적으로 같은 대륙국가로서 중-소는 그 지정학적 이유에서 북한을 필요로 하는 경쟁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소련의 해체로 등장한 약화된 러시아와 그와는 대조적으로 경제적 부상을 통해 강력해진 중국의 입장은 상대적인 면에서 새로운 관계 정립을 통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그 갈등의 가능성은 잠재해 있다.
북한은 9-10월을 외교적인 총력을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 대한 적극적 접근에 기울이면서 인권 및 정치수용소와 관련된 북한의 피소 가능성에 대비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번 칼럼에서 외무상 이 수용의 모스크바 방문의 결과로 유엔을 비롯한 국제 기구에서의 북한 인권 문제의 논의에 대한 북-러 간의 협의를 통해 대비를 한 것에 대해 이미 언급한 바와 같다.( 동숭칼럼 10월 5일 자, no. 243의 後記) 9월 말에 있었던 북-러 외무장관 간의 협의를 끝낸 후 이 수용은 거의 일주일이 넘는 기간을 러시아 연해주, 동부 지역 (사할린 등을 포함) 등을 방문하면서 지역별로 경제적 협력을 논의하였다.
북-러 관계는 지난 2차 북한의 핵 실험 이후 유엔에서 북한을 제재하려는 논의가 벌어 지면서 강화되기 시작했는데, 중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제재를 반대했으나 경제적 제재를 결의한 내용에는 지지를 표명함으로서 전통적인 양국 관계는 소원하게 되었다.( 동숭칼럼 164 참조)
최근에 보도되는 뉴우스를 보면, 북한은 미사일과 무인기를 제쳐두고라도, 신형 Frigate 함 ( 헬리콥터 탑재 )과 고속정 그리고 SLBM을 장착한 잠수함 (이를 보도했던 38North 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음 ), 핵무기의 소형화 실현 등을 보도하고 있다.
이들 3인의 방문은 이 수용의 러시아 동부지방 방문이 끝나는 기간에 이루어 졌다. 지난 10월 21일 러시아 극동 개발부는 앞으로 북한과 20년간 250억 달러가 들어가는 철도망 개-보수 정비 계획에 합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일본의 교도 통신은 북한의 희토류등 광물 자원에 대한 권한을 대가로 러시아가 모스토비크(주)를 통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년간 10억 달러의 교역 증대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북-러 양측은 이러한 양국의 협력은 북한의 자원 개발, 처리를 위한 복합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한 기반시설의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선 닷컴은 이번 북-러 프로젝트가 한국 정부가 추진해 왔던 사회 간접자본 건설과 경제협력의 문제에서 러시아가 선점을 하게 되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와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도 이미 올해 2월 24일 북경에서 북-중 철도, 도로 건설 본계약을 체결하여 총 210억 달러를 들여 신의주-개성간 376km 의 철도를 4년 안에 건설하도록 하고 있다. 비록 한국의 참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하나 지금과 같은 남-북한의 상황에서는 그 실현의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이들 3인은 방한시에 10월 말이나 11월 초 에 남북간 고위급 접촉을 언급했으나 10월 30일로 한국이 제시한 회담을 전단 살포의 문제를 조건으로 들어 회피하고 있다. 이들이 시간을 벌기 위한 연막을 치는 것은 아닌가?
한국의 기류
3인의 방문 이후 남-북간에는 교전을 치루는 등 또 다른 냉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지금까지 남북의 냉냉한 관계의 원인이었던 5.24 조치의 해제 가능성 가지 언급하면서 북한에 접근하려 했으나 오히려 북한은 전단 살포의 문제를 들어 남북 관계의 진전을 거부하였다.
공산체제의 전략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화와 군사적 방법을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수단으로서 이 두 가지를 동등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보고 있다. 역사적으로 談과 打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중국 대륙에서 국민당 군을 밀어낸 중국 공산당의 전략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 전략의 특성은 打를 談보다 해악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들이 이 상충되는 것으로 보이는 두 수단을 같은 것으로 보면서 이용하려는 목적은, 2차 대전 말기에 만주에서 소련을 지켜보고 있었던 미국의 Marshall 장군의 증언에 의하면, 상대방들이 자기 들의 전략에 말려 들어서 균형을 상실하도록 하자는데 있다.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한국 정부의 입장의 견지에서 제의한 10월 30일 회담에 대해 이제 북한은 전단 살포라는 이유를 내 세우고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결국 이들 3인이 전격적인 방문으로 시도했던 의도와 서해와 비무장 지대에서의 교전 등 일련의 사건들은 그 시도가 실패한 것으로 보이며, 김정은의 40여일의 사라짐도 또 다른 연막에 불과 할 수도 있다.
10월 지금까지 남-북한 간에 일어난 일 들은 사실상 남-북한 간에 1992년에 합의된 무력충돌방지 및 우발적 충돌 방지 등을 포함한 기본 합의가 모두 무 의미한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
2006년에 있었던 장성급 회담에서도 그 대표로 나왔던 김 영철은 회담의 공개, 비공개로 설전을 벌였고, NLL 에 대한 재 논의를 주장하고 있었다.
최근 육-해상에서 있었던 남-북 간의 교전은 남-북간의 관계의 새로운 출발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이번 교전이 있었던 DMZ 내에서 신뢰구축의 조치를 강구하는 것인데, 양측이 이 지역내로 들어 올 때, 상호 통보를 하거나 공동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의 기대 ( ? )
북한은 3인의 방문과 교전이 있은 후 군사회담을 제의했었고 이 회담이 의미없게 끝나자 전단 살포를 공식적으로 고위회담의 거부 이유로 제시했다.
한국은 북한에게 핵 무기를 포기하고 경제 변화에 나선다면 이를 도울 수 있다는 말 외에 북한에게 할 말이 없는지 심사 숙고해 보아야 한다. 5.24조치로 7년 동안 남-북의 관계는 停頓의 상태에 있었고 이제는 전단 살포의 문제가 또 다른 장애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전략이란 하나의 Art 이다. 곧 전략이란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의 능력을 효율적으로 조직하는 방법 또는 기술이라고 할 때, 남북 대화가 시작되던 때보다 이제 GNP 상으로도 그 10배에 달하는 능력을 갖추고도 통일을 위한 구체적 실제적 정책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유지되고 있던 개성공단에서 입주업체가 폐업을 하는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10월에 북한은 3인의 방문, 고위 회담의 개최에 관한 언급, 그리고 군사회담까지 제의하며, 일련의 공세를 펴왔으나 그 진전은 하나도 없는 상태로 되었다. 북한은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가?
최근에 Eurasia Review 에 실린 Sandip Kumar Mishra 델리大 교수의 글을 보면, 한국이 북한에 대해 요구하는 “ 진정성” 정책은 북한에게 먼저 선수를 치도록 하게하는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게 한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2014.11.05. ) 그는 한국 정부의 대북, 대중 정책을 More Rhetoric, less pragmatic ( Content ), 심지어 showmanship 이라고 혹평을 하면서 최근에 중국이 다시 북한 편을 드는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주미 중국대사의 북한의 ICC 회부 반대 발표, 그리고 갑작스런 중-일 정상회담 추진 등이 그런 중국의 뜻을 읽을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결국 진정성 정책은 전시작전권을 비롯한 미국에의 의존, 다시 말하면 이명박 정부와 같은 강경정책으로 갈 가능성을 높이면서 새로운 Deadlock 이 되어 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유엔 에서의 북한 인권문제 논의까지 겹쳐 남-북한은 상호 비방만 하는 악순환만 거듭되고 있다.
이미 미국은 몽고에서의 회의를 ( 5월 20일 ) 통해, 북한에게 미-이란 접촉의 배후 역할을 했던 Einhorn 이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동숭칼럼 no.232 참조 )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방법
이제 11월에 들어 섰고, 20여일 후에는 미-이란 간에 새로운 원자력에 관한 협정이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Kerry 국무장관은 10월 30일, 이란과 새로 체결될 협정에서 확보될 Break-out Time 이 1년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발표함으로써 협정의 내용이 거의 합의에 이르렀음을 암시하고 있다.( Breakout time 에 관해서는 6월 26일자 동숭칼럼 no.232 참조 )
10월의 마지막 날 신임 주한 미국 대사가 서울 임지에 도착했다. 또한 지난 9월에 새로 6자 회담 미국 특사로 임명된 Sydney Seiler 도 한, 중을 방문하고 있다.
Seiler 특사는 북한과의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그의 발언이 북한과의 회담의 조건을 낮춘 것이 아니냐는 가자들의 질문에 단지 미국의 대화에 대한 Standard 적 입장만을 강조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이 Standard는 미-이란간 회담에서 제시된 핵 프로그람의 정지, 등과 같은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북한의 공식적인 입장을 통해 그 절차를 받아 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Seiler 가 북한 핵과 인권 해결이 양립 가능하다고 한 것은 결국 이것들이 포괄적으로 처리될 것임을 의미할 수도 있다. 만일 양국 간에 핵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이란의 경우와 같이 Joint Plan of Action으로 나가는 경우 북한은 제재로 동결된 것들을 그 댓가로 받게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란의 경우 100억 달러 )
재미있는 현상은 김정은의 잠적이후 재 등장한 것이 동 영상이 아닌 사진으로 보도되자 일부에서 이것이 조작된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미 국무부는 이것 ( 사진 )을 진실로 받아 들인다는 논평을 한 것이다. 어제 미국인을 석방한 북한의 의도는 미국과의 상응적인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핵관계 전문가들의 관심은 미-북 핵 협상에서 주요 논의 대상이 될 북한의 원심분리기와 그 생산공장이 몇 개인가 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SIS 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원심분리기의 생산 공장이 2개일 가능성이 높고, 보유 원심 분리기의 숫자도 6,000에서 10,000 일 것으로 보고 있다. 확실한 것은 최근에 확장된 영변 핵시설에 4,000개의 원심분리기가 있다는 것이고, 원심 분리기 1,000개당 핵 폭 1개 가 가능하다면, 년 4개로 2016년 까지 14-25개 핵폭 생산이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더군다나 북한에서의 원심분리기 생산은 외국으로부터 수입에의 의존이 절대적인데, 그 대부분이 중국의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중국의 역할이 요구되는 것이다.
落穗
중국, 러시아의 북한 진출에 이어 미국과의 관계 진전으로 이어지는 경우 북한의 경제는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북한과의 투자 등 경제 협력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경우 그 결과가 통일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가 있다.
7,80년대에 통일 방안으로 논의되던 공동체 통일 방안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적 공동체의 형성이었다. 이 기반 위에 사회, 정치적 공동체의 형성이 가능하다는 통일의 논리는 그 점진적인 것이 특색이다.
전략은 장기적으로 그 역동성 ( dynamic )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1980년대 말 레이건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으로 소련과의 군비통제 회담에 미국대표로 참석했던 Paul Nitze 는 공산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에서 전략적으로 Dynamic Stability를 확보하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소련과의 회담에서 담대하고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소련의 변화를 이끌어 낸 전략적 Initiative를 활용하여 결국은 냉전을 종식시키는데 기여하였다.
중간 선거에서 패배한 Obama 대통령에게는 이란, 북한과의 핵협상을 성공시킴으로서 마지막으로 그 집권을 빛낼 기회가 남아 있다. 이란, 북한 핵 협상 문제에 미국 대표로 참여하는 Wendy Sherman, Sydney Seiler 등은 그 협상에서 비공식적 접촉이 있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정은의 잠적이 시작된 9월초에 미국의 ISIS 는 북한의 5MW 급 원자로의 가동이 중단되는 이상 징후가 있었음을 보도하면서 플루토늄의 재처리 가능성을 언급하였다. 미국과의 핵협상에 대비를 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버리듯이, 탈북자, 핵, 인권이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한국의 “알렉산더 대왕의 등장”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