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에
판문점 선언을 둘러싼 첫 갈등
지난4월 27일 채택된 판문점선언은 남과 북이 한반도의 역사적 전환을 맞아 전쟁이 없는 평화의
시대, 냉전적 분단과 대결의 종식, 화해와 번영의 시대를
위한 교류와 협력, 그리고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하면서, 군사적 대치 상태의 완화, 적대행위의
금지, 무력사용의 포기 및 불가침 합의, 군사적 신뢰에 입각한
군축 실시 그리고 평화체제의 수립, 비핵화를 위하여 남-북은
각기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 국제 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얻기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하였다.
이렇게 4,27선언의 내용과 남-북의 의지를 다시 확인한 것은 5월 16일 새벽에 북한이 그 날 열기로 합의된 남-북 고위회담을 취소한다고 한국에 통보하였기 때문이고, 이에 대한 한국
정부 ( 통일원 ) 의 반응은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한국이나 북한의 행동이 모두 판문점 선언을 근거로 하여 취해 졌다는 것이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이용하여, 한-미 연합훈련이 판문점 선언에 배치되는 反 北的 도전 행위라고 하면서 미국도 이 선언을
지지한 사실을 제시하였다. 통일원 대변인은 이에 대해 북한의 고위회담 취소 통보는 판문점 선언의 근본
정신과 취지에 부합치 않는 것이라고 하면서 유감을 표명하였다. 북한은 이후의 성명에서 계속 한국 당국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을 강조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서 유감 표명 이상의 대응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선언”의
법적 효과
일반적으로 정부의 정책 기능과 관련하여 “선언” 은 그 종류에 따라 그 효과도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독립 선언” 은
그 선언과 동시에 효과가 나타난다. 대부분의 선언이 그 시한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언이
채택되는 것으로 곧 효과를 가질 수 있다.
북한이 이 판문점 선언을 근거로 하여
한-미 연합훈련을 이 선언의 내용에 배치되는 것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것은 의미가 있는 것인가?
2006년UN 산하의 국제법 위원회가 58차 회의를 열고 UN 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법적 의무를 낳을 수 있는 국가들의 일방적 선언에 적용되는 Guiding Principles 이
제시되어 있는데, 그 첫째 원칙에는 “ 공적으로 언급되고
법적 의무를 낳는 효과를 가질 수 있는 의사를 표현하는 이 선언은 그것이 만들어 지는 환경에 구속적 성격이 부여되고 신의 성실에 기초를 둔다” 고 되어 있다. 따라서 국가들은 이것을 고려하여 의지하며 그 의무를
존중하도록 요구를 할 자격이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 1974년12, 20 국제법 재판소 에 의해 규정 )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선언 자체는 국제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그 선언 작성을 한 국가의 의무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 선언을 받아 들이는
나라에게도 의무가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북한이 문제를 제기한 한-미 연합 공군 훈련은 판문점 선언의 채택 이전과 이후를 구분하여 그 법적 위반이나 배치 여부를 가려야 하며, 미국도 이 선언을 지지한다고 선언한 이상 이 정신에 구속된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럴 경우 한-미 연합훈련이 판문점 선언 이전에 행해 졌던 성격과
아무런 차이가 없이 선언 채택 이후에도 행해 졌다고 하는 것은 판문점 선언의 정신적 의미를 부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 북한이 적시하는 회담 취소의
원인은 한-미 연합혼련이 주로 언급되었으나, 한국 내부의
정황에 대한 불만도 포함되어 있고, 이것은 이선권 등의 발언 등에서 더 강조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추측컨대 5월 14일
전 영국공사 태영호의 자서전이 출판되면서 여기에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제시된 것이 이들이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남-북
당국은 판문점 선언 발표 후 각각 상호 비방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대남,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기도
하였는데, 이런 추세에 찬물을 껴엊는 형국으로 남-북 관계를
한 순간에 냉각시켰다.
운전자론과 아베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Suzanne Dimaggio ( New America Foundation ) 는 4월 30일자에 쓴 글에서 북한이 운전자 석에서 의제, 대화페이스 까지도 지배하고 있다고 하면서 여기에 문대통령이 가세하고 있다고 하고 그가 Trump 대통령에게 노벨상을 언급하면서 접근하여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그는
이것을 flattery로 표현- 모습으로 그를shrewd politician 이라고 평가하였다. 그는Trump 가 더 위험해 지기 전에 평화를 확보 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로 이 회담을 하고 있는 만큼 이 정세를 휘어 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 기회는 의외로 빨리 와서 남북 회담
이후 북-미 회담이 개최될 장소와 일정의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미국은 자연히 그 주도적 입장에 서게
되었다. 미국이 이것을 발표하는 시기를 자꾸 연장하는 모습은 일본이 발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이 기간 사이에 아베는 Trump 와, 그리고 고노외상은 Pompeo와 각각 회담을 가졌고, 마지막으로 일본 국가 안전보장회의의 국장급인 야치 쇼타로는 Bolton 과
회담을 가졌다.
특히 Bolton-야치 쇼타로 회담에서 언급된 북핵 폐기의 대상이 확대되어 400여곳으로 언급된
것 등이 일본 언론, 특히 아사히 등에 보도되었고, 이외에도
아사히는 북한의 핵 개발 자료의 폐기, 핵 기술자 수천명을 해외로 이주시키는 문제*, 북핵의 해외 반출 등의 문제를 보도하면서( dongA.com
2018.05.10 ) 북한에 대한 더 강경한 압력과 제재를 언급하는 등 북한이 매우 난처한 입장으로 되는 상황을 연출시켰다. 일본은 급기야 싱가포르에서의 Trump 와의 회담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이 탄 비행기가 가는 도중에 추락할 수도 있다는 괴설을 아소 다로 장관을 통해 유포하기도 하였다..( * 일본언론이 보도한 북한 핵 기술자들의 해외 이주 문제는 미국이 전 소련령에서 행했던 핵폐기 과정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주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전소련령의 핵 폐기는 대부분 현지 기술자들을 고용하는 방법으로 해결하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지 경제에 도움을 주는 효과 뿐 아니라 이 기술자들을 해외로 보내는 경우 이들에 의한 핵 확산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미국의 CTR 접근에 대한 이해 부족은 미국의 관료, 연구원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고, 예를 들면 CFR 의 Snyder 등은 북핵문제에 대한 의회 증언에서 핵폐기에 관한 CTR 의 접근에 대해 발언한 것이 없다.)
일본은 정부내각을 비롯하여 언론까지
동원하여 지난 90년대 처럼 북-미 접근, 회담을 어떤 방법으로 든지, 그것이 북한에 대한 비핵화의 조건을
시간이 갈수록 더 강화시켜 북한이 포기하게 하든지 간에, 이루어 지지 않도록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아사히가 보도한 북한의 비핵화 조건의 강화를 한국의 언론이 보도했다고 뒤집어
씌우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였다.
정부의 반응
일본의 언론들이 일본 정부와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는데 반하여 한국의 보수 언론은 북핵문제를 둘러싼 아사히를 비롯한 일본 언론의 부정적 보도나 논조를 그대로 퍼나르는데 급급하였다.
한편 북한의 고위급회담 거부, 그리고 이것이 북-미회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비치는
북한의 태도에 대해, 정부는 통일원의 유감 표명만 표한 상태에서NSC 를 열고, 미-북 간에 비핵화에 대한
견해차가 있다는 진단과 함께, 이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더 적극적 중재활동을 펼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역지사지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청와대는 양측의 이해를 높일 것을 강조하고 상호 존중을 중요한 이슈로 꼽았다.
북한이 한국 당국자의 책임론 까지 제기한
지금의 상태에서 위와 같은 정세 분석이나 대안제시는 정부가 문제의 핵심을 놓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는 판문점 선언의 채택이라는 성공에 도취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김계관이 제시한 비핵화의 방식 및 강요적
방법 등의 문제는 Trump 대통령의 발 빠른 대처로 어느 정도 북한의 불만은 해소된 것으로 보이는데도
북한은 한국 정부에 대한 문제제기를 늦추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정부가 미-북간의 이해의 차이를 문제의 핵심으로 본 것은 북한이 문제로 제기한 판문점 선언에의 위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Trump 대통령이 Bolton 의 리비아식 폐기를 일축하고 舊소련령에 있던 핵무기의 폐기 방법을 언급한 것은 Michael Krepon 이 분류했던, 강경파와 협상파 간의 입장
차이 에서 종전에 비확산, 제재, 동맹 중심 개념에 입각한
강경한 입장에서 협상, 외교에 의한 해결의 입장으로 변화된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 언론의 보도에도 북한의 문제 제기는
그 중요도나 강도에 있어서 또 그것을 언급하는 사람들의 직급 등을 이유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정부는 6.15 공동선언 축제의 준비등과 같은 일을 더 걱정하는
것으로 보였다.
정부는 해명의 방식으로 북한의 문제
제기에 대한 반응으로 성명을 발표하든가 적어도 답을 주는 형식이 필요한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판문점
선언의 기념비적 존속과 통일을 위한 지침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라도.정부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맺으며,
미국의 WSJ 은 한국 정부가 이번 한-미 연합훈련에서 B-52의 불참을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B-52는 한국 방공영역에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하었다. 북한의 이선권이 한국 정부를 정세 파악도 제대로 못하는 Ignorant, Incompetent 한 정권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것에도(
VOA, May 17 2018 )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한의 문제 제기의 또 다른 주제인 Bolton 의 리비아관련 발언은 Trump 의 적극적 해명으로 봉합이
되었다고 보이지만, 한국의 청와대 안보실이 Bolton 의 Counterpart 로 계속 접촉을 유지해 온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에
대한 해명이 적절하게 취해 져야 한국의 북-미 간의 관계에의 중재 역할이 북한에 의해 받아 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어제 일본의 니혼 게이자이는 문-김 간의 단독 회담에서 김정은이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는 보도를 함으로서 일본이 남-북을 이간시키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런 때 일수록 더욱 더 정론을 펴는 적극적 해명이 필요하다.
미국은 이번 사태의 발생에서 중국의
북한 접근이 가져온 결과로 보고 있는데, 한국 측의 시각에서는 한국이 북한의 대미관계에서의 중재에 너무
소극적인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이 한국, 북한 과의 관계에서 소원해 졌던 것이 북핵 문제의 해결에서 남-북-미 의 관계 구도가 가능했다고 본다면, 이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더욱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했다고 보인다.